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는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아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잼,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서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리고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거외다
-윤동주 <별 헤는 밤>-
별 헤는 밤은 윤동주 시인의 유고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마지막에 수록된 시 입니다.
1941년 연희전문학교 졸업을 앞두고 일본으로 유학가기 전 어머님께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쓴 시 입니다.
올해는 윤동주 시인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합니다.
시에서 윤동주 시인의 진한 그리움이 느껴집니다.
그 시절 자기를 돌아보며 성찰하고 또 성찰하며 또 한편으로는 얼마나 그리움이 가득했을까요?
이제는 간다고 갈 수도 없는 곳, 보고싶다고 볼 수도 없는 것들을 생각하며 조용히 펜을 들고 저항했던 우리의 시인 윤동주.
'별 헤는 밤'에 나와있는 윤동주가 사랑했던 시인 '프랑시스 잠' , 윤동주 시인에게 그의 시는 위로가 되었던 것일까요?
'프랑시스 잠' 의 시로 윤동주의 마음을 느껴봅니다.
우리 집 식당에는 윤이 날 듯 말 듯한 장롱이 하나 있는데 그건
우리 대고모들의 목소리도 들었고, 우리 할아버지의 목소리도 들었고
우리 아버지의 목소리도 들은 것이다.
그들의 추억을 언제나 간직하고 있는 장롱
그게 암 말도 안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잘못이다.
그건 나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니까
거기엔 또 나무로 된 뻐꾸기시계도 하나 있는데
왜 그런지 소리가 나지 않는다
난 그것에 그 까닭을 물으려 하지 않는다
아마 부서져버린 거겠지
태엽 속의 그 소리도
그냥 우리 돌아가신 어르시네들의 목소리처럼
또 거기엔 밀랍 냄새와 잼 냄새, 고기 냄새와 빵 냄새
그리고 다 익은 배 냄새가 나는
오래된 찬장도 하나 있는데 그건
우리한테 아무것도 훔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충직한 하인이다
우리 집에 많은 남자들이, 여자들이 왔지만
아무도 이 조그만 영혼들이 있음을 믿는 사람은 없었다
그래 나는 빙그레 웃는 것이다
방문객이 우리 집에 들어오며 거기에 살고 있는 것이
나 혼자인 듯 이렇게 말할 때에는
안녕하신지요, 잠 씨?
-프랑시스 잠 <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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