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개새끼로소이다
하늘을 보고 짓는
달을 보고 짓는
보잘 것 없는 나는
개새끼로소이다
높은 양반의 가랑이에서
뜨거운 것이 쏟아져
내가 목욕을 할 때
나도 그의 다리에다
뜨거운 줄기를 뿜어대는
나는 개새끼로소이다
-박열- <개새끼>
출처 : 네이버 영화
6월 28일 영화 '박열'이 개봉했습니다.
그동안 독립운동을 주제로 한 영화들은 여러개 있었지만 이번에 나온 '박열'이라는 영화는 독립운동 영화 중에서도 좀 신선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물론 너무나 감동적이었고 어찌보면 결말도 안타까웠지만 그래도 무언가 영화가 유쾌하고 통쾌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실화라고 하니 더욱더 신선하게 다가온 듯 합니다.
출처 : 네이버 영화
보통 독립운동 영화에 나오는 수많은 수탈과 학살, 전쟁, 싸움, 고문 등의 모습은 거의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그 당시 이런식으로 맞서싸우던 독립운동가도 있었구나 암울하기만 했던, 떠올리면 너무 열받기만 하고 억울하기만 했던 우리 역사속에서 그래도 누군가는 통쾌하게 발악하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에 무자비하게 당하는 것이 아닌, 너무도 뻔뻔한 일본의 모습에 화가 치밀어오르는 것만이 아닌 그 아픈 역사를 조금은 용기있게 싸울 수 있는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출처 : 네이버 영화
현재 영화 '박열'이 리얼을 제치고 1위에 올라서있습니다.
저는 드라마 '시그널'을 통해서 '이제훈'이라는 배우를 알게 되었는데 영화속의 박열과 싱크로율이 어마어마한 것 같습니다.
보면 볼수록 연기를 맛깔나게 잘하는 배우인 것 같아서 계속 보고싶습니다.
그리고 함께나오는 후미코역의 배우 '최희서' 입니다.
이 분은 이 영화에서 처음 봤는데 저는 정말 일본인인줄 알았습니다.
그정도로 일본어를 너무 잘해서, 심지어 한국어를 서툴게 하는 것도 너무 잘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섭외된 배우분들이 이 영화에 너무 잘 녹아들어 영화에 더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영화의 대부분은 일본어로 이루어진다는 것.........................ㅋㅋ
우리나라 영화지만 자막을 열심히 봐야해요!!(일본어를 잘하신다면 굿!)
출처 : 네이버 영화
그리고 배우'이제훈'과 배우'최희서'의 호흡이 좋았다고 느꼈는데요,
영화 속에서 그들의 역할인 '박열'과 '후미코'가 마치 소울메이트마냥
쿵짝이 잘맞고 동지로서의 신념, 능청스러움 등이 너무 쏙 닮아서,
그렇게 느끼게 만든 배우들의 연기와 호흡이 좋아서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영화 '박열'의 배경은 1923년 일제강점기 일본입니다.
1923년 관동대지진이 일어나고 아비규환이 된 상황에서 일본내각은 계엄령을 선포하였고 완전 무장한 군대와 경찰은 이것을 사회주의자와 조선인들을 무자비하게 학살하는데 이용했습니다.
조선인이 관동대지진 때 우물에 독을 탔다는 유언비어 살포로 인해 자경단 및 일본 민중들도 조선인 대학살에 참여하여 6000여 명의 죄없는 조선인이 학살되었습니다.
박열은 이 와중에 일본 황태자를 암살하려 했다는 혐의로 구속되었습니다.
영화에서는 박열이 재판을 받고 구속되기까지의 모습을 그려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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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일본은 우리나라를 식민지화하고 수탈하고 학살하고 고문하는 그런 반인륜적인 행태를 보여왔던 나쁜놈들임에 틀림없는데 영화에서보면 한 가지 드는 의문이 있습니다.
박열을 두고, 관동대지진을 두고 왜 그렇게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봤을까?
원래 하던것처럼 무자비하게 죽이거나 조선인을 개취급하는것이 아니라?
하지만 20세기 초, 일본은 잔인했던 일본의 상황은 단순하지 않았습니다.
여러가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한국을 점령하고 우리나라를 기반 삼아 서양처럼 제국으로 발돋움해야한다는 이들, 무정부주의를 추구하는 이들, 맑시즘을 추구하는 이들, 아주 가끔은 독립투사들을 돕는 일본인도 있었습니다.
물론 일본에서 이탈한 개인이었습니다.
영화에서도 확실히 볼 수 있습니다.
다양한 일본인이 그려졌습니다.
우선, 주인공인 아나키스트 가네코 후미코, 우스꽝스러운 일본 내각들의 회의모습, 박열과 후미코가 투옥되었을 때 그들을 돕는 일본인 아나키스트와 지식인들, 박열과 후미코를 조사하던 검사, 박열과 후미코를 감시하던 교도관들의 모습, 이렇게 다양한 일본인들의 모습은 당시 일본의 상황을 떠올리기에 충분했습니다.
단지, 조선인이 일본과 투쟁하는 문제가 아니라 천황과 제국주의에 저항하는 투쟁이 이루어졌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듯 합니다.
이런면에서 그 당시 무섭고 잔인했던 일본인들의 모습이 더욱 다양하고 입체적으로 보이게 되어 그 시대 상황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고, 박열이라는 인물이 나올 수 있었겠구나라는 희망적인 , 현실적인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출처 : 네이버 영화
물론, 일본에 대항해서 싸운이들중 살아남은자는 그렇게 많지 않았습니다.
박열도 결국에는 죽을 것을 알면서 죽는 길을 택했습니다.
그가 죽는 것을 택한 것은, 포기가 아니라 끝이 아니라 시작을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죽음 , 자유를 일본에 의해 선택당한 것이 아닌 스스로 선택한 것이었습니다.
독립을 외침과 동시에 일본인들로 하여금 천황이 지배하고 있는 일본 시스템의 봉건성을 비판하고 수동적인 일본인들을 깨우치려 노력한 것입니다.
그 길이, 일본 제국주의를 무너뜨리는 것이 우리나라가 독립하는 과정이기도 했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박열은 항일 운동가, 아나키스트 두 가지 정체성을 가지고 일본에 대항한 것입니다.
그러한 역사가 있지만, 깨어있던 일본인도 더러 있었지만 현재의 일본은 제국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오히려 후퇴한 모습입니다.
아베 정권 아래에서 극우적 성향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으며, 정부의 폭주를 막지 못하는, 그런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그런 면에서 박열의 이야기는 많은 것을 시사하는 듯 합니다.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는 아나키즘 사상을 갖고 있었습니다.
아나키스트, 무정부주의자라고 하죠. 이것은 '지배하는 이가 없음'을 뜻합니다.
억압자가 정부일 수도, 국가일 수도, 종교적인 것일 수도, 혹은 자본, 인종, 나이 등일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모든 억압에 반대하는 사상이 '아나키즘' 이며 지배가 없는 사회를 꿈꾸는 이가 아나키스트입니다.
(박열 발음이 안되는 후미코)
빠꾸여르
-가네코 후미코-
(경찰에 자진하여 잡히러 가기 전)
"그들이 원하는 영웅이 돼줘야지"
-박열-
"때로는 바람보다 햇살이 옷을 벗게 만듭니다."
-다테마스(검사)-
"설령 선고가 우리 두 사람을 나눠놓는다 해도 나는 결코 당신을 혼자 죽게 하지는 않을 겁니다."
-가네코 후미코-
(후미코와 마지막으로 사진을 찍고 그 사진중 하나를 가져가는 검사에게)
"너에겐 이것이 기념품이겠지, 하지만 우리에겐 전리품이야
이제부터 우리의 전리품들이 하나씩 늘어갈거야"
-박열-
"묻으려 할 수록 더욱 드러나는 법이다, 그게 자연의 섭리고 역사의 흐름이다."
-박열-
"개인의 자유의지로 결정한 선택이 비록 죽음을 향한 길일지라도 삶의 부정이 아닌 긍정일 것이다."
-가네코 후미코-
"세상의 진실에 깊숙히 다가가는 자는 빨리 죽기 마련이네"
-후세 다츠시(박열의 변호사)-
"재판장! 자네도 수고했네,
내 육체야 자네들이 죽일 수 있지만 내 정신이야 어찌하겠는가?"
-박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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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일본인들의 바람대로 박열은 사람들 기억속에서 잊혀져갔지만 지금 이준익 감독 덕에 다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기억될 수 있어 다행입니다. '일본인은 나쁜놈' 이라는 단순한 명제로 영화를 그려내지 않아 더 박열을 이해할 수 있는 영화이기도 했습니다.
일제강점기라는 그 시대는 우리에게 비극이면서 일본 제국주의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열은 영화에서 '우리가 일본 민중과 싸우는 것은 아니잖아' 라고 했듯이 일본 권력, 일본 제국주의에는 반감이 있지만 일본 민중에게는 그러지 않았던 이유가 있었습니다.
조선 민족의 독립 운동과 동시에 제국주의에 대항하여 함께 싸워야 할 '민중'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박열의 시처럼 거대한 제국주의던, 독재던, 자본주의던 거대한 권력에 대항하여 계속해서 우리가 싸우고 있음을, 우리가 계속 짖고 있음을, 그러다 물어버릴 수도 있음을 알려주었던 독립운동가이자 아나키스트 '박열'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해준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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