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밤이었거든
압제의 밤이었거든
우금치 마루에 흐르던
소리 없는 통곡이어든
불타는 녹두 벌판에
새벽빛이 흔들린다 해도
굽이치는 저 강물위에
아침햇살 춤춘다해도
나는 눈부시지 않아라
기나긴 밤이었거든
죽음의 밤이었거든
저 삼월 하늘에 출렁이던
피에 물든 깃발이어든
목메인 그 함성소리
고요히 어둠 깊이 잠들고
바람부는 묘지 위에
취한 깃발만 나부껴
나는 노여워 우노라
폭정의 폭정의 세월
참혹한 세월에
살아 이한몸 썩어져
이 붉은 산하에
살아 해방의 횃불아래
벌거숭이 산하에
기나긴 밤이었거든
투쟁의 밤이었거든
북만주 벌판에 울리던
거역의 밤이었거든
아아 모진 세월 모진 눈보라가
몰아친다해도
붉은 이 산하에
이 한목숨 묻힌다해도
나는 쓰러지지 않아라
폭정의 폭정의 세월
참혹한 세월에
살아 이 한 몸 썩어져
이 붉은 산하에
살아 해방의 횃불 아래
벌거숭이 산하에
-노래를 찾는 사람들 <이 산하에>-
알쓸신잡에서 나왔던 유시민 작가가 불렀던 노래입니다. 동학농민운동의 마지막 우금치 전투를 이야기하며 분노하는 모습이 마음을 울리게 한 것 같습니다. 유시민 작가의 말처럼 예나 지금이나 민중이 들고 일어나면 대화를 해야하는 것인데 외세를 끌어들여 무참히 짓밟았다는 사실이 얼마전까지 우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음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계속해서 민중들이 들고 일어났기 때문에 현재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이라 생각합니다.
출처 : 알쓸신잡 화면캡쳐
'동학'이라는 종교는 최진립 장군의 후손인 최제우 선생님이 창시하였습니다.
민족 고유의 경천사상을 바탕으로 유, 불, 선 등을 모두 융합하여 인내천(사람이 곧 하늘이고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과 후천개벽(지금 세상이 가고 새 세상이 열릴 것이다)이라는 종교적인 교리로 '동학'이라는 종교를 창시하였습니다.
출처 : 알쓸신잡 화면캡쳐
출처 : 알쓸신잡 화면캡쳐
이에 조정은 동학이 세상을 속여 백성들을 괴롭힌다는 '혹세무민'의 이유를 들어 최제우를 처형하고 동학을 탄압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학은 계속 농민들 사이에 퍼져나갔습니다.
출처 : 알쓸신잡 화면캡쳐
조선 말기 지배계급들, 관리들의 부패는 날로 심해지며 농민들은 수없이 모진 수탈을 당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전라도는 곡창지대로써 탐관오리들의 수탈이 매우 심한 지역이었습니다.
그 중 전라도 고부 군수인 조병갑이 농민들에게 필요하지도 않은 저수지인 만석보를 건립하면서 백성들을 혹사하고 저수지의 물에 세금을 붙여 세금을 강제 징수하고 자신의 아버지의 공덕을 칭송하는 비석인 송덕비를 세우기 위해 군민을 무자비하게 수탈하는 사건이 벌어지게 됩니다.
출처 : 알쓸신잡 화면캡쳐
이러한 상황을 견디다 못해 고부 백성들은 단단히 화가 나서 고부 군수 조병갑을 가만두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는데 이 대 다짐을 새긴 표식이 바로 '사발통문'입니다. 이 때(1894년) 몰락한 양반 출신인 전봉준을 지도자로 추대하였고 봉기를 계획합니다.
(*사발통문 : 주모자를 숨기기 위해서 사발을 가운데 놓고 가담자의 이름을 그 주위로 둥글게 둘러 적은 통지문)
"이대로 지내서야 백성이 한 사람이라도 남아나겠는가, 고부관아를 격파하고 군수 조병갑을 처단하자!"
'사발통문'을 작성하고 1천여 명의 백성들은 고부 관아를 습격하고 조병갑을 쫓아내는데 성공을 하게 됩니다. 조병갑은 도망가고 억울하게 옥살이 하는 사람들을 풀어주고 횡포를 일삼던 아전들을 처벌하고 관아의 곡식을 풀어 농민들에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수탈의 상징이던 '만석보'를 허물어버렸습니다.
출처 : 알쓸신잡 화면캡쳐
하지만 조정에서는 고부민란을 수습하기 위해 안핵사 이용태를 파견시키고 그는 백성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아니라 민란의 주동자들을 모두 색출하고 마을을 약탈하며 횡포를 저질렀습니다. '동학 교도' 라는 죄목으로 잡아들이고 그 가족까지 체포했습니다. 이에 화가 난 농민들은 '전봉준'의 주도로 백산에서 격문을 발표하고 농민군 봉기를 일으키게 됩니다.
이 때는 동학교도들이 아닌 단순 농민들의 봉기였습니다. 하지만 동학이 신분질서를 어지럽혀 눈엣가시였던 차에 농민봉기가 일어나자 그 원인을 동학교도들이 선동한 것처럼 꾸며 탄압을 시작한 것입니다. 이에 동학교도들이 분노하여 1894년 3월 농민들에, 동학교도들까지 합세한 봉기가 일어나게 됩니다. 이것은 흥덕, 고창, 부안, 금구, 태인 등 전라도 각지로 퍼져나갔습니다.
출처 : 알쓸신잡 화면캡쳐
전봉준, 손화중, 김개남을 지휘부로 하는 동학농민군은 정읍의 황토현, 장성의 황룡촌에서 관군과 격전을 벌이고 대나무로 만든 장태라는 무기도 만들어 관군을 상대로 승리하였고, 승승장구하여 마침내 전주성까지 함락시켰습니다. 이것이 1차 동학농민운동입니다.
출처 : 알쓸신잡 화면캡쳐
출처 : 알쓸신잡 화면캡쳐
조정에서는 이것을 보고 농민군을 진압하기 위해 청에 지원을 요청하였고 청의 군대가 아산만에 상륙하자 일본은 10년 전에 체결한 톈진조약을 구실로 인천에 대규모 병력을 상륙시켰습니다. 일본군까지 개입되어 사태가 커지자 조정은 동학농민군에게 해산을 요청하며 원하는 것을 들어주겠다고 했습니다. 이에 동학농민군은 '폐정개혁안'을 제시했습니다.
<폐정개혁안 12개조>
1. 동학과 정부 사이의 반감을 없애고 정치에 협력한다
2. 탐관오리의 죄상을 조사하여 이를 엄중히 처벌한다
3. 횡포한 부호들을 엄중히 처벌한다
4. 불량한 유림과 양반들을 징계한다
5. 노비 문서를 불태워 없앤다
6. 모든 천인들의 대우를 개선하고 백정이 쓰는 패랭이를 없앤다
7. 젊은 과부의 재혼을 허락한다
8. 규정 이외의 모든 세금을 폐지한다
9. 관리의 채용은 문벌을 타파하고 인재를 등용한다
10. 일본인과 몰래 통하는 자는 엄벌한다
11. 공채, 사채는 물론이고 농민이 예전에 진 빚은 모두 무효로 한다
12. 토지는 골고루 나누어 경작한다
조정은 이 '폐정개혁안'을 받아들였고 1894년 6월 동학농민군과 전주에서 화약을 맺었습니다.
(*전주화약 : 폐정개혁안을 받아들이고 집강소 설치를 허락한 조정과 동학농민군이 맺은 협약)
(*집강소 : 개혁 사무를 담당했던 농민의 자치기구. 고을의 치안 유지와 행정 업무 및 사무를 담당)
출처 : 알쓸신잡 화면캡쳐
이것으로 농민들은 스스로 집강소를 운영하며 그 지역을 통치하고 개혁을 추진할 수 있었습니다.
농민군과 화약을 맺은 정부는 교정청을 설치하여 개혁을 추진하고 청, 일 양국의 철병을 주장하였으나 청나라는 이 요구를 받아들였지만 일본군은 이것을 무시하고 경복궁을 점거해 고종을 협박하여 김홍집을 우두머리로 하는 친일 내각을 세웠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조선에서의 청의 영향력을 확실히 제거하기 위해 청나라 군대를 공격해 청일전쟁을 일으키게 됩니다.
출처 : 알쓸신잡 화면캡쳐
이에 2차 동학농민운동이 일어나게 됩니다.
"일본이 조선을 침략하려 한다. 이번에도 우리 농민들이 힘을 모아 일본군을 몰아내자"
이번에는 전봉준이 이끄는 농민들과 동학교단 전체의 적극적인 참여로 총병력이 20만에 이르렀습니다.
경상도, 강원도, 경기도, 평안도, 황해도 등지에서 농민군이 봉기하여 지방 관아를 습격하거나 일본군에 저항하였습니다.
전봉준과 손병희가 이끄는 농민군은 공주를 둘러싸고 관군과 일본군을 상대로 격전을 치렀습니다.
출처 : 알쓸신잡 화면캡쳐
출처 : 알쓸신잡 화면캡쳐
한양으로 향하던 동학농민군은 공주 우금치에서 일본 그리고 관군 연합군과 마주치게 되었습니다.
출처 : 알쓸신잡 화면캡쳐
전봉준의 주력부대가 우금치를 공격하였고 일본과 관군 연합군이 무차별 포격을 가하기 시작했습니다.
화승총, 활, 칼, 죽창, 농기구를 든 농민들이 기관포와 대포 등 신식무기로 무장한 일본군에 대항하는 것은 무리였습니다.
출처 : 알쓸신잡 화면캡쳐
일주일 간의 우금치 전투 결과 수만에 이르는 헤아릴 수 없는 많은 동학농민군이 목숨을 잃었고 참패를 당했습니다.
1894년 12월 동학농민군 지도자인 전봉준이 체포된 이후 김개남 손화중이 차례로 체포되었고 동학농민운동은 끝이 났습니다.
출처 : 알쓸신잡 화면캡쳐
사형선고를 받고 전봉준은 시를 하나 남겼습니다.
백성을 사랑하고
정의를 세운 것이
무슨 허물이랴
나라 위한 일편단심
그 누가 알리오
전봉준은 녹두장군이라고 불리었습니다.
이 때 사람들은 이런 노래를 불렀다고 합니다.
새야 새야 파랑새야
녹두밭에 앉지 마라
녹두꽃이 떨어지면
청포장수 울고 간다
아마도 전봉준이 일본군에게 잡히지 않기를 바라는 백성들의 바람이 담긴 노래였을 것입니다.
출처 : 알쓸신잡 화면캡쳐
출처 : 알쓸신잡 화면캡쳐
늘 민중들이 싸우고 지켜왔던 우리 나라를 지배계급, 이기적인 지도자들에 의해서 결국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자신들이 수탈했던 민중들의 봉기를 야욕에 가득찬 일본과 연합하여 무찌르다니요...
결국 끔찍한 일제시대는 저들에 의해 지배계급에 의해 행해진 것이었습니다.
민씨 가문, 명성황후라고 불리우는 그 가문이 지배할 당시가 저 동학농민운동이 일어났던 시기입니다.
민씨 가문이 청나라와 일본을 끌어들이고 그들에게 농민들을 넘겨버린 것입니다.
결국 똑같이 일본에 의해 살해당했죠. 역사는 보여지는 것과 달리 우리가 모르는 것이 참 많습니다.
농민봉기가 일어난 원인이었던 전라도 고부 군수 조병갑은 도망쳐서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 인간은 복직되어 고등법원 판사가 됩니다.
그리고 동학농민운동의 지도부였던 최시형에게 사형선고를 내립니다.
그 뒤로도 친일파로 잘먹고 잘살았다고 합니다.
출처 : 알쓸신잡 화면캡쳐
조선이 일본의 식민지가 되도록 문을 활짝 열어준 저런, 짐승만도 못한 인간들.
동학농민군은 조선을 혁신하고 일본에 대항하여 그들을 무찔러버릴 마지막 희망이었습니다.
일본군과 조정의 관군이 연합하여 그들을 몰살시키지만 않았다면 일본을 우리 땅에서 몰아낼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늘 마음속에 나라를 생각하고 지키는 것은 저들이 아니라 민중들이었네요.
너무 억울하게도 동학농민군은 오랜세월 반역자로 낙인찍힌 후 2004년 3월 처음으로 인정을 받게 됩니다.
'동학농민혁명참여자 등의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이 제정되고 '동학농민혁명'으로 공식 인정을 받았습니다.
출처 : 알쓸신잡 화면캡쳐
나라를 내준 건 조정을 비롯한 지배계급 나쁜놈들이지만, 일제시대의 참혹을 겪은 것은 민중들이며 다시 목숨을 바쳐 나라를 찾은 것도 민중들입니다. 왜 근데 항상 이 놈의 역사는 저들에게 잘보이고 저들이 지배하고 저들의 말이 맞는 것처럼 이어져왔는지 모르겠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배하는 사람들, 정치인들이 국민들을 향해 명령하고 지도하고 권력을 남용하고 우리들을 향해 경고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우리 말을 들어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민중들이 이 땅의 주인이니까요.
알쓸신잡을 보며 동학농민운동을 다시 접하며 너무너무 안타깝고 너무 화가났습니다.
자기 백성들을 죽이겠다고 외세를 끌어들인 정부,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정부까지도 그들이 친일을 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동학농민혁명에 대한 교육을 하나도 하지 않고 내팽개쳐진 사실이 정말 마음속 깊이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하지만, 그래도 김영하 작가와 황교익 칼럼니스트가 하는 이야기를 듣고 분노 대신 조금이나마 희망을 가져봅니다.
김영하 작가,
"한반도의 정치가 잘못되면 그것은 왜세들의 개입으로 이어져요. 피해는 모두 국민이 보게 된다는 것. 정치가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많이 느끼죠. 한반도가 그리 녹록한 땅은 아니에요. 중국 바로 옆에 있고 그런데도 오랫동안 우리 언어를 지키고 독특한 문화를 가지고 왔던 것은 그만큼 중국도 함부로 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던 것이에요. 한반도 문제에 개입했던 중국의 운명이 바뀐 경우가 굉장히 많아요. 수나라, 명나라, 청나라, 중국의 개입하고 싶지 않은 면도 이해가 돼요. 한반도 문제에 잘못 말려들었다가 중공군도 엄청 많이 죽었어요"
"한반도라는 땅이 우리가 잘하기만 하면 외세가 마음껏 들어오기 힘든 부분이 있어요"
"우리가 잘해야 하는데 스위스 같은 면이 있어요. 스위스도 조그만 나라지만 정치를 잘하면서 몇 백년을 잘 살고 있어요"
황교익 칼럼니스트,
"민중이 가진 힘을 믿어도 되겠다는 생각을 해요"
"녹두장군 전봉준이라고 부르잖아요. 작아서 녹두장군이라고 부른다고 알려져있어요. 그런데 녹두에 대해서 깊이 알면 그 이상의 의미가 있어요. 녹두는 사실 민중의 식량이거든요. 야산 같은 데서 잘 자라요.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요. 논밭에서 키우는 작물들은 악착같이 착취해가잖아요. 녹두는 야산에서 키울 수 있어 착취를 피할 수 있었어요. 녹두 콩 꼬투리를 손으로 잡으면 타다다닥 터지거든요. 작지만 이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민중의 콩을 상징하는 거구나라는게 느껴져요"
'역사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8.15 광복절, 잊지 말아야 할 일제강점기의 시간들 (1) | 2017.08.13 |
---|---|
단군 신화의 쑥과 마늘, 알쓸신잡의 단군신화 (0) | 2017.07.26 |
일본군의 만행을 증명할 한국인 위안부 영상! 드디어 세상밖으로 (0) | 2017.07.05 |
1987년 6월, 꽃처럼 사라진 두 청춘 이한열, 박종철 열사 (0) | 2017.06.09 |